2007년 10월 29일
헤겔, 변증법의 구조
헤겔 변증법에 있어서, 정신의 의미와 이른바 정,반,합이라고 일컫는 변증법의 세 국면 그리고 변증법에 내재된 특성을 서술하였습니다. 읽고 나시면, 변증법이 왜 목적론적이고, 그것에 왜 19세기의 과학적 진보관이 담겨있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04. 변증법의 구조
김탁구
1. 변증법 - 정신의 자기 운동
변증법은 어원상으로 ‘대화의 기술’을 의미하며,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변증법을 논리학의 한 특수한 부분으로 간주한다.1)헤겔은 좀체로 자신의 변증법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정신현상학』의 서문이나『논리학』‘초판 서문’에 실린 서술은 헤겔의 변증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2)이 됨에 틀림이 없다.
“참된 것은 전체다. 그러나 전체는 스스로의 발전을 통해서 스스로를 완성해나가는 자다. 절대자에 관해서는, 이 절대자는 본질적으로는 결과이며, 맨 끝에 가서야 비로소 본래 있던 그대로의 것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3)
헤겔에게 절대자는 절대정신이었다. 절대정신은 보통 정신Geist 혹은 신神으로 일컬어진다. 의식으로서 정신의 본질은 ‘앎’에 있다.4)진리(=참된 것)는 정신이 스스로의 발전을 통해서 스스로를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진리가 사물과의 일치를 의미한다고 볼 때, 정신이 처음부터 진리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5)즉, 정신이 진리에 이르는 운동 과정 ― 의식의 형식이나 개념 같은 사유 내용의 자율적인 자기 비판과 자기 전개―을 일컬어 변증법이라 부를 수 있다. ‘정신이 운동을 한다’는 말이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타자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오롯이 스스로 운동을 하는 것은 ‘정신 뿐’이다. 물리학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계에 있는 모든 물체는 타자에 의존하는 운동을 한다. 자연계에는 ‘관성의 법칙’이 지배하고 있다.
2. 변증법의 세 국면
진리에 이르기 위하여, 정신은 끊임없이 운동을 해나간다. 이러한 정신의 운동 즉, 변증법을 넓은 의미에서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 단계는 각각이 필수적인 것이어서, 각각의 단계마다 체류할 수밖에 없다.6)각 단계마다 그 자체로는 “완전한 단일한 형태”이고 그것이 완전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규정되어지는 한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관찰되어지기 때문이다.7)
첫째는 오성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개념의 범주들을 고정된 것, 명확하게 정의된 것, 서로 구별되는 것으로 여긴다. 둘째는 변증법적, 부정적 이성의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오성의 단계에서 명확하게 정의되었던 범주들을 반성하는 가운데서 모순들이 등장한다. 셋째는 사변적, 긍정적 이성의 단계이다. 변증법의 결과로 더 고차적인 새로운 범주가 나타나는데, 이것은 이전의 범주들을 포함하며 거기에 들어 있는 모순들을 해결(즉, 지양8))한다.9) 사변적 이성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한계와 근거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합리성’의 원초적 유형에 대한 비판이다. 일정한 세계이해의 방식을 절대시하고 이에 대해서 독단적인 믿음을 보일 때 그것은 오성의 관점으로 간주될 수 있다. 가령 유한성과 무한성의 개념이나 실체와 속성의 개념, 시간과 공간의 개념 등의 개념적인 구별을 일상적인 표상에 기대어 더 이상 묻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전제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일상적인 개념의 구별이 모든 사태들에 대해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곧 ‘오성의 관점’으로 간주된다.10) 오성은 개념, 혹은 범주들에 대해서 일종의 도구적인 이해를 견지하는 데 반해서 이성은 이러한 도구적인 개념사용의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 묻는다. 예를 들어 실체와 속성, 자유와 필연성, 유한성과 무한성의 개념들은 상호대립적인 규정들을 통해서만 이해가능하다고 볼 때, 이러한 일상적인 개념사용의 한계가 오성 자체에 의해서는 반성되지 않을 것이다.11)자유와 필연성 등의 개념은 오성의 차원에서 분명히 상충되는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이들 개념은 하나의 통합적인 범주적 분석의 체계 속에서 잘 규정된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다. 범주들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을 통해서는 그 사용의 제한된 정당성이 설명되기 때문에, 형이상학의 범주들이 단순히 부정되거나 페기 처분되지 않고, 논리적 사유체계 속에서 ‘지양’된다.
각 단계에서 “진상(곧, 진리)”으로 현상하는 정신은 다음 단계에서 현상 하는 정신에 의하여 부정되고, 그렇기에 가상으로 전락되게 된다.12)그것이 “진상”이 아니었기에 새로운 현상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 부정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 부정은 정신 자신의 “힘”이라는 점에서 자유 자체이다. 자유로서 “정신의 힘은 그것이 표출되는 꼭 그 만큼 큰 것이며, 정신의 깊이는 그의 펼쳐냄 중에서 자신을 확장하고 그리고 자신을 상실해 갈 수 있는 그 만큼의 깊이를 갖는다.”(GW9-14)13)그리고 이 부정의 부정 운동의 “종점”에 이르러서야 절대자로서 정신이 “진정으로 무엇인가”가 드러날 것이다. 이 종점은 정신이 자기 부정 운동을 막 “시작”할 때에 이미 “이념”적으로 내지는 “이상”적으로 가진 “목표”이기에, 정신의 실현 운동 과정을 통해 도달한 “결실”로서의 목표점은 사실상 운동 시작의 “원점”이다. 이런 뜻에서 정신의 긴 여정의 일종의 “원환 운동”이라 할 것이다.14)
3. 개념 혹은 범주에 내재된 변증법
변증법은 개념이나 범주에 내재해야 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개념이나 범주가 내포하고 있는 결함들을 전개하고 그리하여 다른 개념이나 범주로 이행하게 한다. 헤겔은 종종 이러한 운동 과정을 수행하는 주체가 사유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개념 자체인 것처럼 설명한다. 다소 신비롭게 보이기까지 하는 이 설명은 일단 사유의 주체가 모순을 드러내고 그 해소책을 제안하면서 개념의 본성을 쫓아감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좀 더 중요한 함의는 사유나 개념의 전개와 사물의 전개는 대응하며, 나아가 양자 모두에 변증법이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변증법은 사유자가 자신이 다루는 내용에 적용하는 절차라는 의미에서의 방법이 아니라 내용 자체에 내재된 고유한 구조이자 전개인 것이다.15)
요컨대 헤겔의 변증법이 목표로 하는 것은 세계 속의, 그리고 우리 사유에서의 모든 운동과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며, 우리의 사유뿐만 아니라 사물들도 서로 체계적으로 결부되어야 하는 이유를 해명하는 것이다.16)
4. 헤겔의 변증법의 이해하기 위한 용어 해설.
1) 지양: ①들어 올리다. ②폐기하다, 취소하다. ③보존하다.
보통은 이 중 하나가 경우에 따라 사용되지만, 헤겔은 이 세 가지의 의미를 동시에 사용한다. 특히 대립적인 의미를 가지는 ②와 ③이 한 단어에 내포되어 있다는 점은 사변적 사유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17)사유의 전개 과정상 초기 단계들은 후기 단계로 지양되며 따라서 이전의 철학들은 헤겔 철학 속에서 폐기되는 동시에 보존된다.18)
2) 규정: 규정은 어떤 것의 내재적인 특질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의 외적인 관계를 나타낸다. 특히, ‘사유 규정’이라는 용어는, 사유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방식을 가리킨다.19)사유는 항상 시작할 때, 직접적인 것을 자신 앞에 둔다. 그러나 사유가 진행되면서 ‘직접성의 부정’이 나타나고, 직접성이 계속 나아가 규정되고 구별되면서 거기에서는 차이, 즉 부정이 나타나게 된다. 직접적인 것을 계속해서 규정하다보면, 직접성은 일단 파괴되지만 그런 다음에는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로 넘어간다. 이를 두고서 ‘규정된 부정’이라고 한다.20)
# by | 2007/10/29 22:06 | 학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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