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8일
기괴한 앙상블 - [벨빌의 삼총사](The Triplets of Belleville, 실방 쇼메Sylvain Chomet)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세요, 예상치 못한 장면이 기다립니다.
※이 글은 온갖 스포일러로 뒤덮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방 쇼메Sylvain Chomet 의 [벨빌의 삼총사](The Triplets of Belleville)를 자끄 따띠Jacques Tati 의 영화와 비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는 따띠에게 오마쥬를 바쳤다는 의심이 들 만한 장면들이 상당하거든요. 쭈그렁 할머니가 된 벨빌의 삼총사들의, 오물이 썩어 쉬파리가 꼬이는 누추하기 그지없는 방에는 따띠의 영화 [윌로씨의 휴가](Les Vacance de M. Hulot)의 포스터가 걸려있고, 이 할망구들이 보면서 노망난 듯 낄낄대는 TV 속 영화는 역시 [따띠의 잔칫날](Jour de Fete)입니다.
하지만 [벨빌의 삼총사]를 보고서, 쇼메가 자끄 따띠에 대해 오마쥬를 바쳤다고 간단히 말해버리고 끝내는 것은, 그 간단함 만큼이나 단순하고도 직설적으로 그 사람의 게으름을 폭로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인물들의 알아듣기 힘든 대사를 지껄인다는 점이나, 흐름이 느리다는 점은 비슷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영화에서 웃음이 묘사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따띠의 영화에는 무한히 순진한 웃음이 있었다면, 쇼메의 [벨빌의 삼총사]에는 그로테스크한 웃음이 담겨있습니다. 아래의 캡쳐는 따띠의 윌로씨의 휴가 중 한 장면입니다. 보시다시피, 따띠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윌로 씨의 치기어린 소심한 공격을 보면서 낄낄댑니다. 하지만, [벨빌의 삼총사]에서는 펑크난 타이어 대신하여 개가 바퀴를 물게 하는 장면이나, 부어오른 종아리 근육을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장면 그리고 수류탄으로 개구리를 사냥하는 장면들 등에서 웃게 되죠.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상당한 폭력이고 학살이 될 법한 장면들에서 웃게되는 겁니다.
이러한 기괴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영화는 시작부터 고독하게 시작됩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외따로이 떨어진 집에서 살고 있죠. 쓸쓸한 집은 전철이 생기자, 전철 선로 때문에 휘기까지 합니다.
또한 캐릭터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뒤틀린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Champion(그가 등에 걸치고 있는 옷을 보건대)을 보십시다. 가느다란 개미허리에 뼈다귀에 종아리와 허벅지만 봉제용 솜으로 터질 듯 채워놓은 듯한 이 하체!! 할머니는 오른쪽 다리에 자꾸 거슬리는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정형외과에서 주는 신발같이 생겼죠.) 애완견 브루노(그의 밥그릇에서 추정했을 때)는 고른 영양섭취를 못한 탓으로 당뇨병에 걸린 탓인지 다리는 가늘어 벌벌 떨고 있고, 배는 복수에 가득 찼습니다. 또한 쇼메는 캐릭터들을 창조하는 데 별 신경을 쓴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각각의 군으로 나뉘고, 그 군들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띕니다. 마피아의 자식들은 영화 [300]이나 WWE에서나 등장할 법한 레슬러들처럼(블록레스너를 생각해 보세요), 머리보다 더 높은 승모근(어깨근육)을 가지고 있죠. 스모선수가 되어버린 자유의 여신상이 암시하듯, 30년대 SF영화에서 따온 듯한 대도시 벨빌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만형으로 그려버렸죠. 또한 이상하게 남자들은 작고, 여자들은 큽니다.
게다가 인물들은 벙어리나 다름없다 싶을 정도로 말이 없습니다. 입은 뚫렸는데 말은 하지 않죠.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인생이 팍팍하기 때문일까요. 인물들의 말 없는 상태로 인해서 암울해진 분위기는 주연들이 병적으로 한 가지 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소름끼치기까지 합니다. 구출이 되었는데도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챔피언의 눈을 보십쇼. 쭈그렁 할머니가 되어서도 젊었을 적 자신들의 기억에 사로잡혀 똑같은 노래를 되풀이하는 삼총사들은 어떻구요.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마침내 갈색과 빛바랜 녹색, 어두운 잿빛을 섞어놓은 듯한 영화의 색감으로 포근하게 안착해 버립니다.
그럼에도 즐거운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니 관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보라색 옷을 입은 쭈그렁 할머니가 수류탄으로 개구리 사냥(!)을 하고, 챔피언의 할머니는 손자의 우승을 위해 평형저울에 손자를 앉히고서 30kg 체중을 유지하는 빡쎈 식이요법을 종용합니다.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또 교묘하게 어울리는 이상한 앙상블에서 기괴한 웃음은 터져 나오게 됩니다. 쭈그렁 할망구들이 신문지와 냉장과 선반, 청소기의 소음과 떨어져나간 자전거 바퀴로 아름다운 오케스트라를 벌이는 장면에서 기괴한 앙상블의 효과는 절정에 다다르죠.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관객들이 자막은 잊어버리고서 빛과 소리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커집니다.
[벨빌의 삼총사]의 웃음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것들이 스크린 속에서 어울리는 기괴한 앙상블이 포착되는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이토록 기묘한 것들이 어울리는 사이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지는 않은지요.
추신. 다신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엔딩크레딧 마지막을 꼭 보시길!!!
# by | 2007/05/08 13:04 | 영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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