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송에 대한 짧은 노트, 홍성남


 

        

    프랑스의 한 평론가는 브레송을 두고 "할리우드 영화와의 단절로 자신의 작업을 정의한" 선구자라고 평했다. 과연 브레송의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적지 않은 당혹감마저 느끼게 된다. 일단 그의 영화에서 스타란 도무지 쓸 데 없는 개념이다. 대신 그는 이전에 다른 영화에 전혀 출연한 적이 없는 비전문배우들을 선호했다. 물론 브레송 외에도 직업배우의 작위성을 혐오한 감독들이 없지는 않다.하지만 그런 감독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이 실제 삶에 밀착한 최대의 자연스러움이었다면, 브레송이 요구한 것은 그것과 달랐다. 무표정하고 어딘지 빈 듯한 느낌을 주는 얼굴, 그리고 그 내부에 있는 심리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입체감 없고 '얕은' 얼굴. 그것은 분명 '메소드method'식의 연기 방법론과는 상치되는 것이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로부터는 졸렬한 연기라는 악평마저 끌어내기에 충분한 것이다.


브레송은 바로 이런 자신의 연기자들을 일컬어, 매우 적절하게도 '모델'이라고 불렀다. 그는 가식적이고 허위적인 표현성이 제거된 이 모델이야말로 '존재의 양식'을 올바르게 보여준다고 생각햇다. 브레송의 모델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의 영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키워드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바로 표면에 대한 집착, 또는 평면성이다. 사실 카메라라는 재현 기계가 과연 사물의 표면을 침투할 수 있는가라고 우리는 한 번쯤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브레송은 자신이 이용하는 매체의 그같은 '결함'을 숙명으로서 껴안고 영화 작업을 해나갔던 것이다. '운명론자' 브레송.


브레송이 전문배우와 결별하고 모델을 찾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장편시골 사제의 일기에서부터였다. 흥미로운 것은 공교롭게도 그럼으로써 이제 '브레송적'이라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우주가 점화했다는 점이다. 그의 모델에게 적용되는 덕목들, 이를테면 '헐벗음', 내핍, 억제, 금욕 등은 스타일이라고 해서 비켜갈 수 없었다. 과도한 표현성을 배제하고 이미지의 평면성에 집중하며 사물들의 객관적인 디테일을 강조하는 브레송의 스타일은 흔히 '금욕주의적 스타일', 또는 미니멀리즘이라 불린다."사용하는 예술적 수단이 적을수록 더 낫다."


<시골 사제의 일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건, 또는 그 이전 영화들에서 이미 맹아적 형태가 존재했다고 보건, 여하튼 '브레송적인 영화'라는 독특한 영화 세계가 존재함은 틀림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때, 그것은 분위기를 창조하는 음악 대신 자연음의 이용, 생략적이고 누진적인 내러티브 구조, 클로즈업의 미학, 전문배우의 거부, 사운드의 혁신적 활용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형식 체계를 두고 브레송은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라고 불렀다. 그것은 곧 그가 연극에 오염된 영화인 '시네마cinema'에 대립되는 것으로서 영화라는 매체 자체의 고유한 가능성만을 탐구할 수 있는 방법론이었다.


브레송 영화의 주요 특징인 무표정한 얼굴들, 생명없는 대상들 , 구멍 뚫린 스토리 전개 등은 바로 영혼의 미스테리를 함축하고 있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의 영화들이 놀라운 한 가지 이유는 이런 커버cover의 스토리만을 가지고 비가식적인 영혼의 움직임을 스크린에 담아낸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의 영화에서 감각으로 잡을 수 없는 세계를 볼수 있게 된다. <시골 사제의 일기>같이 명백한 종교적 주제를 다룬 영화들 외에도, 브레송의 영화들은 그의 카톨릭적 세계관과 관련해 죄와 구원, 은총의 종교적 주제를 구현한다고 이야기된다. 그렇기에 그는 흔히 '초월주의자'로 불린다. 하지만 이런 오랜 믿음에 대해 최근에 몇몇 비평가들은 반론을 제기해 오고 있다. 종교적인 해석은 브레송의 영화들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의 후기 영화들에서 구원을 갈구하는 종교적 지향을 찾기란 거의 힘들어진다. 황폐한 현대 사회를 묘사할 적절한 영화적 방법을 모색하는 '모더니스트'가 이제 초월주의자를 대신하는 얼굴로 등장하고 있다.

   


by forveritas | 2007/11/24 23:59 | 영화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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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염맨 at 2007/11/25 09:38
스타는 아니지만 여배우들이 참 예쁘다는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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